디지털 유산

디지털 유산에 담긴 감정 데이터: AI 일기, 감성 메모는 상속될 수 있을까?

miguel0831 2025. 7. 26. 10:00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감정을 기록해왔다. 일기장은 과거의 감정과 생각을 보존하는 대표적인 방식이었고, 그것은 종종 유산의 일부로 남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AI가 감정을 분석하고 저장하는 ‘감성 데이터’ 형태의 일기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감정 추적 앱, AI 일기 코치, 감성 피드백 기능이 탑재된 저널링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디지털 공간에 축적되는 감정 기반 데이터의 양과 깊이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삶의 흔적이자 인격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유산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사망 이후, 고인의 AI 일기와 감정 분석 데이터는 과연 상속될 수 있을까?

 

누가 이 정보를 열람할 권리가 있으며, 감정 데이터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또 유족이 이런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으로서 감성 데이터의 특수성, AI 기반 감정 기록의 소유권과 상속 문제, 실제 대응 방안과 관리 전략을 살펴본다.

 

디지털 유산에 담긴 감정 데이터에 대한 상속 여부

 

디지털 유산으로서 감정 데이터의 등장과 특수성

과거의 일기는 종이 위에 감정과 생각을 남기는 단순한 기록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의 AI 기반 일기 앱은 사용자의 문장 패턴, 키워드, 이모션 태그, 시간대별 감정 변화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하여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로 인해 감정 자체가 ‘파일화된 자산’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감성 데이터 형태는 다음과 같다:

  • AI 일기 앱에 저장된 감정별 텍스트 기록
  • 감정 변화 그래프, 하루/주간 감정 통계
  • 키워드 기반 감정 분석 요약
  • 자가 피드백 메모, 감정 태깅 로그
  • 챗봇과의 대화 내역 (감정 기반 대화 기록 포함)

이러한 감정 기록은 개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 특성상 사망 이후에도 디지털 유산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존의 유산처럼 금전적 가치가 명확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와 ‘기억 보존’이라는 상충된 개념이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아직은 미흡하다.

 

감정 데이터는 상속 가능한 디지털 유산인가?

현행법상, 디지털 자산 중 상속 가능한 항목은 일반적으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나, 창작물로서 저작권이 명확한 콘텐츠가 중심이다. 그러나 AI 일기, 감성 메모, 감정 기록 데이터는 아직 그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

감정 데이터의 저작물성 인정 여부

  • 사용자가 직접 작성한 메모나 일기라면 일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 하지만 AI가 분석하고 재가공한 통계자료나 요약 정보는 저작물로 인정되기 어렵다.
  • 감정 그래프, 통계 수치, 태그 요약 등은 개인정보의 확장 형태로 간주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상속권 충돌

  • 감정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로 분류될 수 있으므로 유족에게도 열람 제한이 걸릴 수 있다.
  • 예를 들어, 사망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반영한 감정 기록이 유족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면, 열람 자체를 거부할 근거가 발생할 수 있다.
  • 일부 국가에서는 사망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법 해석이 이동 중이다.

결국 감정 데이터는 단순히 상속 가능한 디지털 유산이라기보다는, 사전 동의 여부와 보관 플랫폼의 정책, 유족의 권리 해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산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유산으로서 감정 데이터의 관리 및 전달 방법

사망 이후 감정 데이터가 의미 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생전에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어떻게 넘길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체계적인 정리가 가능하니 참고 바란다.

감정 데이터가 저장되는 앱 목록 정리

  • Daylio, Jour, Reflectly, Wysa, Notion, ChatGPT 등의 감정 기록 기능 포함 앱
  • 어떤 앱에 어떤 형식으로 데이터가 저장되는지 명확히 문서화
  • 클라우드 연동 여부 및 백업 방식 확인

플랫폼 내 수신자 지정 기능 활용

  •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에서 사후 계정 관리자 또는 지정 수신자 등록 가능
  • 특정 폴더나 파일만 공유되도록 설정하거나
  • 전체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한적으로 부여 가능

감정 데이터 전달 의사 명시

  • 유언장 또는 디지털 유산 관리 문서에
    "AI 일기 데이터는 삭제 또는 지정된 인물에게만 공유" 등 구체적 표현 작성
  • 감정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분 공유’ 또는 ‘조건부 열람’ 옵션 명시

이렇게 설정해두면, 감정 데이터가 단지 유산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의도와 의미를 가진 ‘기억의 자산’으로서 전달될 수 있다.

 

감정 데이터는 디지털 유산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데이터화되면 형태를 갖는다. AI가 기록한 감정 데이터는 더 이상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라, 삶의 흐름, 기억의 구조, 정체성의 흔적이 된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단순한 텍스트나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생전의 고통, 기쁨, 고민, 상처, 사랑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유산으로서 감정 데이터를 다룰 때에는 단순한 소유권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이 데이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감정의 유산을 제대로 남길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