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동영상 등의 디지털 유산 상속권 문제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남기는 시대다. 결혼식, 가족 모임, 자녀 성장기, 여행의 추억 등은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으며, 대부분 클라우드나 외장 저장 장치에 보관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 기록들이 사용자의 사망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유족이 사망자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싶어도, 계정 비밀번호를 알 수 없거나, 서비스 제공자가 법적으로 제한할 경우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디지털 사진과 영상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유산이자, 동시에 법적으로도 디지털 유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 글에서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등 개인 미디어 파일의 상속권 문제를 중심으로, 실제 사례, 법적 쟁점, 해결 방안 등을 자세히 정리해본다.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사진과 영상,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생성하고 저장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삶의 일부이며,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특히 고인의 생전 모습, 육성 영상, 가족행사 기록 등이 담긴 콘텐츠는 유족에게 있어 감정적 위로가 되며, 법적으로도 디지털 유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구글 포토, 애플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MYBOX,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등에 저장된 미디어 파일이다. 이들은 모두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며, 계정 소유자 외에는 원칙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생전에 공유하지 않은 이상, 유족은 고인의 사진에 접근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선 서비스 정책상 해당 계정이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진과 영상은 단순한 파일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이자 기록 자산이며, 상속 관점에서도 고인의 의사와 유족의 접근권 사이에 균형이 필요한 대표적인 디지털 유산이다.
클라우드 사진 및 영상 데이터 상속 절차와 장애 요소
유족이 사망자의 클라우드 계정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에 접근하려면 일반적으로 다음 절차를 따라야 한다:
- 사망자의 계정 서비스 확인
- 구글 계정(Gmail, Google Photos)
- 애플 ID(iCloud)
- 네이버, 드롭박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 상속자 입증 서류 제출
-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상속자 신분증
- 경우에 따라 공증된 유언장 요구
- 서비스 제공자의 접근 정책 확인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없을 경우, 사망자 계정 접근은 내부 심사 필요
- 애플: 미국 기준으로 법원 명령 없이는 접근 불가. 국내 역시 명확한 지침 없음
- 네이버: 유족 요청 시 일부 파일 제공, 단 내부 규정 따라야 함
문제는 많은 서비스가 개인정보 보호법 또는 자체 약관을 이유로, 사망자의 계정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암호화된 스토리지의 경우 복호화 키 없이 접근이 불가능하며, 기술적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결국, 유족이 사망자의 디지털 사진이나 영상을 상속받기 위해선 생전에 미리 정리된 정보와 접근 설정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감정적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사진·영상의 법적 상속권 쟁점
한국의 민법은 재산 상속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부재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물리적인 앨범이나 사진 원본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에 저장된 디지털 미디어는 ‘계정의 소유자’가 사망하면 그 권리 자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콘텐츠의 저작권과 접근권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저작권이 자동으로 상속될 수 있지만, 그 사진이 저장된 클라우드 계정에 접근할 권리는 플랫폼의 약관에 따라 거절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일부 주에서 RUFADAA(개정 디지털 자산 접근법)을 통해 유언장 또는 동의서가 있을 경우 유족이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에 대한 법적 장치가 미비해 유족이 플랫폼과의 협상을 통해 개별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사진과 영상은 저작권과 접근권이 분리된 특수한 디지털 유산이므로, 생전부터 법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생전 정리를 통한 디지털 사진·영상의 안전한 상속 방안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생전에 사진·영상 등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고 명시해 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효과적이다:
- 비활성 계정 관리자 설정
- 구글 계정의 경우 ‘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지정인에게 사진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음
- iCloud는 아직 명확한 자동 이전 기능은 없지만, Legacy Contact(디지털 유산 연락처) 설정이 가능
- 디지털 유산 목록화
- 어떤 플랫폼에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지, 총 용량과 폴더 명칭 등 기록
- 예: “2021년~2023년 여행 사진 – 구글 포토”, “가족 영상 – iCloud 폴더명 [가족모음]”
- 복사본 백업과 로컬 저장
- 중요한 사진은 외장하드 또는 NAS에 이중 백업
- 가족 공유 폴더를 통해 사망 전 일부 자료를 미리 공유
- 유언장 또는 생전 동의서 작성
- “구글 포토 계정 내 모든 사진은 배우자에게 상속함” 등 명시
- 필요 시 공증 또는 변호사 동반 문서화
이처럼 기술적, 법적, 정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두면, 사망 이후 유족이 고인의 흔적을 존중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상속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사진 한 장도 디지털 유산이다
사람이 남긴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은 가족에게 평생 위안이 된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사망하게 되면, 그 데이터는 영영 닿을 수 없는 공간에 사라질 수 있다. 디지털 사진과 영상은 더 이상 사적인 기록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디지털 자산이자 유산이다.
지금 바로 당신의 클라우드 계정을 점검하고, 소중한 추억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정리하는 것이, 당신이 떠난 후 가족을 위한 가장 따뜻한 배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