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디지털 유산을 남길 때 주의해야 할 법적 이슈 5가지
현대인의 삶은 온라인 플랫폼 위에 존재하고 있다. 이메일, 클라우드, SNS, 유튜브, 블로그, 암호화폐 지갑까지, 개인의 경험과 자산은 디지털 공간 속에 보관된다. 이러한 자산은 사망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며, 법적으로는 상속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물리적인 재산과 달리, 디지털 유산은 플랫폼 약관, 개인정보 보호법, 국가 간 법률 차이 등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상속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에게 이 자산을 물려주고자 할 때, 단순히 비밀번호나 계정 목록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유족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했다가 계정이 영구 삭제되거나, 제3자 소유로 변경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자녀에게 디지털 유산을 남기기 전 반드시 인지해야 할 법적 이슈 5가지를 정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디지털 유산 플랫폼 계정은 소유권이 아닌 이용권이라는 점
일반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계정은 사용자의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에 따라 부여되는 ‘이용 권한’이다. 구글, 애플, 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 대부분은 계정을 사용자에게 임시로 빌려주는 형태이며, 해당 계정에 저장된 콘텐츠 또한 일정 부분 서비스 제공자의 규정에 의해 관리된다. 이 때문에 사망 이후 자녀가 부모의 계정에 접근하더라도, 플랫폼 측에서는 ‘무단 접근’으로 간주해 차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본인이 생전에 설정하지 않았다면 자녀는 사망 증명서나 유언장이 있더라도 바로 접근 권한을 받을 수 없다. 애플은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려면 ‘디지털 유산 연락처’로 사전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원 명령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즉,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사전 권한이 없다면 법적으로 ‘제3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전 계정에 사후 관리자나 상속 대상자를 미리 등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언장이 있어도 디지털 유산 계정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유언장을 작성하면 모든 상속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유산의 경우 유언장이 반드시 우선하지 않는다. 이유는 각 플랫폼의 내부 정책이 국가의 상속법보다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는 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통해 사망 이후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경우, 유언장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도 구글 측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Digital Legacy 기능도 생전에 직접 등록하지 않으면, 사망 후에는 그 누구에게도 접근 권한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결국 유언장은 보조 수단일 뿐이며, 실질적인 계정 이전을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후 설정 기능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자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디지털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자산적 가치가 있는 계정은 세금과 분쟁의 대상이 된다
디지털 유산 중에는 실제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유튜브 채널, 블로그 광고 수익 계정, 암호화폐 지갑, 온라인 쇼핑몰 관리자 계정 등은 모두 경제적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자산은 세무 당국의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상속인 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수익형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었고, 사망 후 해당 채널을 자녀 한 명에게 넘기고자 했다면, 유언장에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다른 형제자매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계정을 넘긴 시점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었다면, 이를 무단으로 인계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세법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상속세 미신고, 소득 누락 등으로 간주되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 가치가 있는 디지털 계정은 생전에 목록을 정리하고, 각 계정별 상속 처리 방식을 유언장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디지털 유산은 생전 준비가 가장 확실한 상속 전략이다
디지털 유산은 가족과의 감정을 담고 있는 동시에, 법적으로 민감한 재산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데이터, 계정, 콘텐츠가 있다면, 이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메모장에 비밀번호를 적어두거나, 계정 목록만 공유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이제는 각 플랫폼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후 관리자 지정, 유언장 작성, 자산 목록 정리, 세금 신고 가능성까지 고려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혼란이 아닌 유산을 남기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디지털 유산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부모로서의 마지막 책임이자, 자녀에 대한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