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해외의 디지털 유산 법제도 현황 및 한국과의 차이점

miguel0831 2025. 7. 8. 21:03

최근 디지털 자산이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사망 이후의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디지털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메일 계정, 클라우드 저장소, SNS 계정, 유튜브 채널, NFT, 가상화폐 등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자산은 더 이상 사소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들이 사망 이후 누구에게, 어떻게 이전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와 한국 간의 법적 제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며, 사용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유산이 소멸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의 디지털 유산 관련 법제도 현황을 소개하고, 한국과의 제도적 차이점을 분석함으로써, 생전 준비의 중요성과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해외의 디지털 유산 법제도 현황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한 글

 

미국·유럽의 디지털 유산 법제도 현황

미국은 디지털 유산 관련 입법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RUFADAA(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 개정 디지털 자산 접근 통일법)를 채택하여, 개인이 사망하거나 무능력 상태에 빠졌을 때, 사전 지정된 수탁자 또는 상속인이 그 사람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단, 본인이 생전에 사전 동의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산 접근이 제한된다.


유럽의 경우, 각국이 독립적인 디지털 유산 정책을 갖고 있지만,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적용되기 때문에 정보 접근에 대한 제한이 미국보다 엄격한 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유족이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법원 판례가 있었고, 프랑스는 2016년부터 디지털 자산을 상속 대상으로 인정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유산을 물리적 자산처럼 취급하고 있으며, 유언장 또는 생전 동의서의 작성과 보관을 적극 권장한다. 플랫폼 사업자 또한 이용자의 사망에 대비한 계정 관리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디지털 유산 제도 현황과 법적 공백

한국은 아직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정의와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태다. 민법상 상속 대상에는 ‘재산’이라는 용어만 명시되어 있으며, 디지털 자산이라는 개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유튜브 수익,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SNS 계정, 비트코인 지갑 등은 상속 대상으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족이 사망자의 이메일 계정이나 SNS를 삭제하거나 열람하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대부분은 서비스 제공자의 내부 규정에 따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사망 진단서와 상속자 증명서 등의 서류를 요구하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리가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사례도 있다.


또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은 사망자의 개인정보도 일정 기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족이 마음대로 계정에 접근하는 것이 법적으로 위태로울 수 있다. 법률적으로 명확히 허용되지 않는 이상, 가족조차 디지털 유산에 접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로 인해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와 자산이 방치되거나 소멸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해외 대비 전략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사전 지정 제도디지털 유언장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사전에 계정의 향후 처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타(페이스북)도 ‘추모 계정’ 또는 ‘계정 삭제 설정’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생전에 사망 이후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설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생전 디지털 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유언장이나 신탁 문서에 이를 명시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일부 변호사 사무실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메일, 암호화폐, 구독 서비스, 도메인 주소 등 다양한 온라인 자산을 포괄적으로 정리해 유산으로 이전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상속하고, 상속세 또는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화된 기록은 서비스 제공자가 계정 접근을 승인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국과 해외의 차이점: 제도, 인식, 실무 처리의 격차

한국과 해외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적 기반의 유무다. 미국이나 유럽은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법적 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무 처리도 비교적 원활하다. 반면 한국은 법률 부재로 인해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자가 자체적인 규정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족들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한다.


두 번째 차이는 사회적 인식의 차이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유산도 생전부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디지털 유언장 작성이 일반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이 디지털 자산을 상속 대상이 아닌 ‘개인 사생활의 일부’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 번째는 실무 처리의 격차다. 한국은 공증 제도, 유언장 인정 범위, 플랫폼 접근 규정 등에서 각기 다른 해석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유족들이 법적 절차를 밟고도 계정이나 자산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하나의 법률 틀 아래 명확한 절차와 기준이 정해져 있어 실행력이 높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사용자 사망 시의 처리 기준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 역시 생전에 디지털 자산 목록과 접근 방법을 정리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