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잊혀질 권리’와 디지털 유산: 사라짐과 남김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miguel0831 2025. 7. 5. 14:06

디지털 유산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준비, 잊혀질 권리는 기억을 지우기 위한 권리다.

둘 다 정당한 선택이지만, 그 경계를 내가 생전에 직접 정하지 않으면 결국 타인이 결정하게 된다.

‘잊혀질 권리’와 디지털 유산에 대한 차이점 설명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나는 어떤 기억은 반드시 사라지길 원하는가?

그 선택을 디지털 유언장과 계정 설정을 통해 직접 남기자.

 

기억은 유산이 될 수도, 짐이 될 수도 있다.
그 경계는 ‘내가 직접 선택했는가’에 달려 있다.

 

🧭 모든 기억이 남는 시대, 디지털 유산과 잊혀질 권리의 대립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하루에도 수많은 기록을 남긴다.
사진, 영상, 메일, 블로그 글, SNS 포스팅… 이 모든 흔적은 물리적 삶이 끝나더라도 계정이 정리되지 않는 한, 디지털 공간 어딘가에 계속 남는다.

 

하지만 누구나 남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것처럼, 지우고 싶은 과거도 존재한다.
그래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라는 개념은 사망 이후에도 나의 기록이 무조건 남아 있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은 기록을 남기는 것, 계정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잊혀질 권리는 그 반대의 가치를 말한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과 잊혀질 권리 사이의 충돌을 통해
“나는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가?”,
“또는, 나는 정말 기억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고민해보자.

 

🔁 디지털 유산과 잊혀질 권리의 본질적 차이

디지털 유산은 일반적으로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보존하거나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주요 목적은 고인의 기억을 가족과 사회에 남기는 것이고, 사진, 영상, 계정, 메모 등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된다.
이는 종종 기억의 연장선으로 간주된다.

 

반면, ‘잊혀질 권리’는 유럽연합(EU)의 GDPR을 통해 공론화된 개념으로 자신의 과거 기록을 삭제하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살아있는 개인뿐 아니라 사망한 사람의 명예 보호 관점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 두 개념의 차이 정리

구분디지털 유산잊혀질 권리
지향점 기록을 남긴다 기록을 지운다
전제 기억은 유산이다 기억은 통제 대상이다
주체 고인 → 유족 중심 개인의 의사 중심
대표 사례 유튜브, 블로그, 클라우드 보존 검색 삭제 요청, SNS 계정 삭제
 

📌 디지털 유산은 '기억을 지키는 자유'라면, 잊혀질 권리는 '기억을 지울 권리'다. 그리고 그 경계는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기억될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 선택 앞의 딜레마

누군가는 생전의 기록이 가족에게 감동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반면 누군가는 자신의 치부나 사적인 기록이 죽은 뒤에도 남아 다른 사람에게 회자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두 입장은 모두 정당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 선택을 미리 하지 않으면, 결국은 남겨진 가족이나 타인이 대신 결정한다는 것이다.

✅ 실제 발생한 갈등 사례

  • 삭제를 원했던 고인의 SNS 계정을 가족이 유지함
    → 고인의 의사 무시 논란 발생
  • 고인의 블로그 글이 사망 이후 기사로 인용되어 재확산
    → 가족이 삭제 요청했지만 일부 플랫폼 거부
  • 유튜브 채널 수익 발생 지속 vs 고인의 삭제 의지 충돌

이처럼 디지털 유산을 남길지 지울지에 대한 결정은 생전 본인의 명확한 의사 표현이 없을 경우, 분쟁이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나는 어떤 흔적을, 누구에게 어떻게 남기고 싶은가

디지털 세상은 한 번 남기면 영원히 기억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보다 먼저 “무엇을 남기고 싶지 않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 지금 할 수 있는 사전 선택과 정리법

  1. 계정별로 남김 vs 삭제 여부 결정
    •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사망 후 자동 삭제 설정 가능
  2. 디지털 유언장에 의사 명시
    • 어떤 콘텐츠는 영구 삭제
    • 어떤 콘텐츠는 가족에게 전달
    • 어떤 콘텐츠는 남겨도 좋음
  3. 잊혀질 권리를 활용한 사전 정리
    • 본인의 이름이 검색되지 않길 원한다면
      생전부터 게시글, 글, 이미지 정리 시작
  4. 디지털 자서전/캡슐로 ‘남기고 싶은 부분’만 선별 저장
    • 감정이 담긴 콘텐츠는 따로 보관, 전달 대상 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