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국적은 더 이상 단일한 법적 지표가 아니다. 특히 이중국적자는 국적뿐만 아니라 거주지, 사용하는 플랫폼, 수익 활동의 지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망 이후 디지털 유산 상속 문제는 복잡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SNS 계정부터, 유튜브 채널, 블로그 광고 수익,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문서, 암호화폐 자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유산이 가족 간 갈등과 법적 충돌을 초래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에서도 이중국적자의 사망 이후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다가 상속인의 국적, 법률 적용 범위, 플랫폼 정책 등으로 인해 해결이 지연되거나 분쟁이 확대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중국적자의 디지털 유산 상속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그 배경을 분석하고, 예방을 위한 사전 정리 전략까지 함께 제시한다.
국적 따라 다른 디지털 유산의 상속 기준 – 형제 간 충돌 사례
A씨는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자였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구글 계정을 통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고, 매달 광고 수익이 발생하고 있었다. A씨의 사망 후, 한국에 거주하는 친형은 유튜브 수익 계정의 상속을 주장했지만, 미국에 거주하던 여동생은 미국 내 상속법에 따라 자신이 상속인임을 주장했다. 문제는 A씨가 생전에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상속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경우, 직계 가족이 상속 우선순위를 갖지만, 한국 민법에서는 형제자매의 상속 순위가 더 명확하게 규정된다. 이에 따라 국가별 상속 법률의 충돌이 발생했고, 유튜브 측에서도 A씨의 국적과 사망 확인 자료, 상속인을 증명할 수 있는 공문서를 모두 요구했다. 이 사건은 양측이 모두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채널이 폐쇄되고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으로 종결되었다. 이 사례는 국적 이중성과 유언 부재가 디지털 유산 분쟁의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유산 계정 소유권은 누구의 것인가 – 플랫폼 정책과 현실의 간극
이중국적자의 디지털 유산 상속 분쟁은 단순히 가족 간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글로벌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에 대해 ‘소유권 이전’을 금지하거나, 특정 국가 법률만을 기준으로 처리하는 내부 정책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고인의 iCloud 계정에 접근하려면 법원이 발급한 상속명령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는 대부분 영어권 국가에서만 신속하게 발급된다. 한국에서 해당 문서를 준비하려면 최소 2~3개월 이상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이처럼 플랫폼 정책은 현실의 상속 절차보다 훨씬 빠르고 기계적이며, 유족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상속권을 갖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디지털 유산은 분명 재산이지만, 플랫폼의 내부 규정은 자산이 아닌 개인정보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중국적자의 상속인은 법적 권리와 실제 권한 사이에서 고립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예방의 핵심은 ‘다국적 유언장’과 계정 정리 계획
이중국적자의 디지털 유산 분쟁을 예방하려면 생전에 사전 정리가 필수적이다. 첫째, 국가별 상속법 차이를 인식하고, 본인의 주 상속 국가를 명확히 기록한 유언장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유언장에는 주요 계정 목록, 로그인 정보, 보관 위치, 수익 계정 여부, 접근을 허용할 사람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정책을 사전에 확인하고, 일부 계정에 대해서는 사후 접근 권한 설정 기능(예: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셋째, 가족과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게 계정 정리 계획을 간단한 문서나 USB 형태로 남기는 것도 실용적인 방법이다. 해외 거주 가족이 계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국제 공증이 가능한 양식으로 정보를 정리하는 것도 추천된다.
이처럼 이중국적자는 단일국적자보다 훨씬 더 복잡한 법률 환경에 놓이기 때문에, 디지털 유산에 대한 사전 의사표시와 실무적 대비가 더욱 중요하다.
복수 국적의 삶, 분쟁 없는 유산으로 마무리되려면
이중국적자의 디지털 유산 상속 분쟁은 단순한 정보 문제가 아니라, 법적 지위, 국가 간 규정, 가족 관계, 감정까지 얽힌 복합적인 이슈이다. 국적이 둘이라는 이유로 법률도 두 가지 적용되며, 플랫폼의 정책은 그 어떤 감정적 사정도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이중국적자의 디지털 유산 정리는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삶의 흔적이자, 유족에게는 정리해야 할 현실이다. 복잡한 국적과 데이터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정확한 의사표시, 유언장 작성, 플랫폼 설정, 가족 간 소통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복수 국적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남긴 유산이 가족 간의 갈등이 아니라, 기억과 존중의 방식으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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