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이 삶의 흔적으로 자리잡은 지금, 고인의 SNS 계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유족에게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생전에 활발히 운영되었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계정은 고인의 성격과 취향,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디지털 흔적이다.
누군가는 이를 보며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차마 다시 보지 못하고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SNS 플랫폼은 단순히 개인의 공간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소통 창구로 기능하며, 그 존재가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유족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 디지털 유산으로 남은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지, 아니면 추모 계정으로 전환해야 할지는 기술적 선택이 아닌 정서적 판단이다. 이 글에서는 각 선택의 의미와 효과, 그리고 유족들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주로 하는지까지 자세히 살펴본다.
SNS 계정은 현대인의 디지털 초상화다
현대인의 삶에서 SNS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장이자 정체성의 일부다. 고인의 인스타그램에는 일상적인 음식 사진부터, 여행의 감정, 친구들과의 순간, 자기 생각이 담긴 문장들이 남겨져 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는 다소 깊은 감정이나 사회적 시선이 투영되기도 한다. 이처럼 SNS는 글쓴이의 ‘디지털 자서전’ 역할을 하며, 타인이 아닌 본인의 감정과 삶을 투명하게 기록한 공간이다.
따라서 SNS 계정이 남긴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정서적 의미를 내포한다. 그 계정은 사진 몇 장, 글 몇 줄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를 떠올리게 만드는 감정적 자산인 셈이다.
SNS 계정 삭제, 감정의 단절인가 해방인가?
유족이 SNS 계정을 삭제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 슬픔이 너무 커져서 마주하기 어렵다
고인의 프로필 사진, 게시물,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선명해서 감정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사고사나 갑작스러운 이별일 경우, SNS는 고통을 자극하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 계정 도용, 악용 우려
고인이 사망한 후 해킹, 광고 스팸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족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기도 한다. - 정리된 이별을 원한다
물리적인 장례 절차가 끝났듯, 디지털 공간에서도 마무리를 해야 감정적으로 정리된다고 느끼는 경우다.
하지만 이 선택은 때때로 후회로 이어진다. 일부 유족은 "삭제하지 말 걸…"이라며, 고인의 감정을 담은 공간을 다시 찾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심리적 공허함을 느낀다.
추모 계정, 기억을 이어가는 디지털 장례식장
SNS 플랫폼들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계정 등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추모 계정 기능
- 고인의 계정은 ‘기억 계정’으로 변경됨
- 친구들은 고인의 타임라인에 추모글, 댓글을 남길 수 있음
- 고인의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고 보존됨
- ‘기념 관리자’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음
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기능
- ‘추모 중’이라는 표시가 계정 상단에 붙음
- 게시물은 비공개가 아닌 이상 그대로 유지됨
- 새로운 콘텐츠 업로드는 불가
이러한 추모 계정은 유족에게 다음과 같은 심리적 작용을 한다:
- 고인의 존재를 계속 느끼게 해준다
시간은 흘러도 그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된다. -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된다
친구나 지인들이 댓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억함으로써, 슬픔을 함께 견딜 수 있다. - 사람들이 고인을 잊지 않도록 해준다
SNS에 남아 있는 존재감은 ‘기억의 지속성’을 만들어내며, 이는 유족에게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
MZ세대 유족의 실제 선택은?
MZ세대는 고인의 SNS 계정을 처리하는 데 있어 더 섬세한 선택을 한다. 다음은 실제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다:
-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생일, 기일 등 특정한 날에 댓글을 남기며 감정을 공유한다. - 고인의 피드를 캡처하거나 아카이빙 후 삭제를 결정한다
계정은 없애되, 내용은 보존해두는 방식으로 슬픔과 실용성을 절충한다. - 남은 이들이 공동으로 계정을 운영한다
‘고인의 기억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취지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고인을 추억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한다.
MZ세대는 디지털 감수성이 높은 세대인 만큼, SNS 계정의 감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이 선택은 기술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유족 각자의 슬픔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삭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계정 내용이 유족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경우
- 계정 해킹이나 사기 우려가 큰 경우
- 고인의 생전 의사가 삭제를 원했던 경우
추모 계정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
- 고인의 기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경우
- 유족이 여전히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공간일 경우
- 친구와 지인들이 추모 댓글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경우
중요한 건, 감정적 회복이 먼저라는 점이다. 기술은 선택을 도와줄 수 있지만, 마음을 대신 치유해줄 수는 없다. 유족은 자신에게 가장 안정적인 감정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디지털 유산은 죽음 이후에도 사람을 잊지 않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SNS 계정은 고인의 삶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그 계정을 삭제할지, 추모 계정으로 남길지는 단순한 기술적 판단이 아닌 감정의 방향에 대한 선택이다.
MZ세대는 기술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그 기술에 담긴 감정의 깊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고인의 계정을 단지 데이터로 보지 않고, 기억의 공간, 치유의 공간, 사랑의 흔적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하든,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단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겨지는 것과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마주함이야말로, 진짜 이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아이템 및 계정 등의 디지털 유산 상속 문제 (0) | 2025.07.10 |
---|---|
디지털 유산과 AI: 죽은 이의 목소리를 남기는 기술의 윤리 (0) | 2025.07.10 |
디지털 유산이 유족에게 주는 심리적 위안 (0) | 2025.07.10 |
디지털 유산의 법적 효력: 국내외 판례 비교 (0) | 2025.07.10 |
디지털 유산을 법적으로 남기는 방법 –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포함하기 (0) | 202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