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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명시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삶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 공간에 남긴다. 이메일, 클라우드 문서, SNS 계정, 유튜브 영상, 암호화폐 지갑까지… 생전엔 이를 통해 소통하고, 일하고, 저장하며 살아가지만, 사망 이후엔 이 모든 것이 ‘디지털 유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유언장이나 상속 시스템은 부동산, 금융자산, 물리적 재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정의와 처리 절차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포함하지 않으면 사망 후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유족은 고인의 SNS 계정 하나를 삭제하거나 복구하는 데에도 법적, 기술적 장벽에 부딪히고, 중요한 암호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 재산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명시하지 않았을 때 발생되는 일에 대한 글

 

이번 글에서는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이 누락되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문제들, 유족이 직면하는 대표적 사례, 그리고 사전 대비가 왜 중요한지를 다룬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이 내용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디지털 유산이 유언장에 없을 때 유족이 겪는 대표적 혼란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유족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가장 대표적인 혼란은 “접근 불가” 문제다.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포털 아이디, 심지어 온라인 뱅킹조차도 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형 플랫폼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사망자 계정’의 접근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유족이 이를 해제하려면 고인의 사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 발급 상속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승인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그렇다면 계정을 복구한 후엔 쉽게 처리될까? 아니다. 비밀번호 관리자 앱이나 2차 인증 기기가 없으면 여전히 로그인을 할 수 없으며, 암호화된 파일이나 암호화폐 지갑은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는 재산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미리 명시했다면, 이러한 접근 장애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유언장은 법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계정 관리 정보나 암호에 대한 접근권한을 미리 지정해두면 플랫폼과의 소통도 훨씬 수월해진다.

 

디지털 유산 누락으로 인한 분쟁: 형제 간 다툼, 유산 분배 충돌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포함하지 않으면, 가족 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고인이 블로그 수익, 유튜브 광고 수익, NFT 자산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유언장에 따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 누가 그 수익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디지털 자산은 실물 자산과 달리 명확한 명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갈등은 더 커진다. 고인의 이메일 계정이나 SNS에 수익과 관련된 자료가 담겨 있었던 경우, 누가 계정을 관리할 것인지, 해당 수익은 누구 몫인지에 대한 충돌이 일어난다. 일부 사례에선, 특정 가족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계정을 독점하고, 나머지 가족은 콘텐츠 수익 분배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유튜브 수익금을 유족 중 한 명이 계속 인출해 쓰다가 나중에 법적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존재한다.

 

디지털 유산은 무형의 자산이지만, 때때로 실물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유언장에 누락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심각한 상속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유산이 사라지는 순간들: 접근 불가로 인한 정보의 영구 소멸

디지털 유산은 시간과 기술의 제약을 받는다. 비밀번호를 몰라 접근하지 못한 채 방치된 계정은 시간이 지나면 플랫폼에 의해 자동 삭제되기도 하며,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일정 기간 미결제로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인의 폰이나 노트북이 초기화되거나 폐기되면, 거기에 담긴 사진, 문서, 영상은 영영 복구할 수 없게 된다. 디지털 유산에 접근하지 못하면, 단순히 계정이 아닌 기억 그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가 사망한 후, 자녀가 가족사진이 저장된 구글 포토에 접근하지 못해 모든 사진이 삭제된 사례가 있다.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한 계정은 가족이 아무리 서류를 준비해도 접속까지 몇 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 관련 정보(계정 목록, 접속방법, 지정 관리자)를 명시하지 않는다면, 그 유산은 단순히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을 넘어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는 되살릴 수 없기에, 사전 정리가 더욱 중요하다.

 

디지털 유산은 명시하지 않으면 '무효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을 명시하지 않으면, 그 자산은 법적으로 불분명해지고, 실제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소중한 추억이나 중요한 정보가 담긴 디지털 기록들이 아무런 고지 없이 삭제되거나 영구 봉인될 수 있다.

 

현행법은 아직 디지털 유산에 대한 보호 장치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계획이 더욱 중요하다. 유언장에 이메일, 클라우드, 소셜미디어,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명확히 기재하고, 접근 권한자와 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유산은 물리적인 자산만큼 중요하고,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디지털 자산도 유산으로서 진지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유언장이 침묵한 디지털 유산은, 결국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