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왔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 감정, 생각을 사진, 영상, 텍스트, 음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공간에 남긴다. 이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며 단순한 게시물이 아니라 ‘디지털 유산’으로 축적되고, 삶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이러한 디지털 유산을 분석해 고인의 목소리, 말투, 감정, 대화 습관까지 복원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AI는 고인의 SNS 게시글, 영상, 음성 기록을 학습하여 마치 그 사람이 살아있는 것처럼 디지털 복제 인간(Digital Human)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연 그렇다면 진짜 고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만으로, AI가 그 사람을 되살릴 수 있을까? 복원된 디지털 존재는 위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윤리적 질문일까? 이 글에서는 MZ세대의 디지털 유산이 AI를 통해 복원되는 기술적 가능성과 심리적·윤리적 의미를 함께 탐구해 본다.
AI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 디지털 유산 복원 시대의 도래
최근 AI 기술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단순한 음성합성이나 이미지 생성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고인의 말투, 감정, 사고 패턴까지 재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복원 사례들:
- Deepfake 기술: 고인의 얼굴을 영상에 입히고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구현
- 음성 합성(AI Voice): 단 1분 분량의 음성 샘플만으로 실제 목소리를 거의 유사하게 재현
- AI 챗봇: 고인의 채팅 스타일, 문체, 말버릇 등을 학습하여 살아 있는 듯한 대화를 제공
- 디지털 휴먼 아바타: 사진, 영상, 음성, 성격 데이터를 통합하여 3D 인격체로 구현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실제로 유족을 위한 감정적 위로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복원 가능한 디지털 유산, MZ세대는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MZ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 SNS 글: 일상적인 감정, 개인적인 생각, 유머코드 등이 담김
- 음성 메시지: 카카오톡, 인스타 DM, 스냅챗 음성, 보이스톡
- 유튜브/틱톡 영상: 생동감 있는 표정, 말투, 제스처
- 블로그/카페 게시글: 장문의 생각, 글쓰기 스타일, 철학적 가치관
- 사진/셀카: 자주 사용하는 앵글, 표정, 스타일
이러한 자료는 AI가 ‘그 사람다움’을 복원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로 매우 유효하다. 실제로 몇몇 스타트업은 유족에게 고인의 SNS 계정을 분석하여 디지털 추모 아바타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복원된 AI 고인, 진짜 위로가 될까?
AI가 복원한 디지털 휴먼은 유족에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심리적 위로를 제공할 수 있다.
"그 사람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고인의 말투로 “잘 지내?”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유족은 깊은 감정적 동요를 느낀다. 이것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사랑받았던 시간의 감정적 회복으로 이어진다.
감정의 정리 기회 제공
특히 갑작스럽게 떠난 사람의 경우, 말하지 못한 이야기나 미처 정리되지 못한 감정을 AI를 통해 마주하고 풀어낼 수 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슬픔 수용 과정(Grief Work)에 도움이 된다.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존재를 기억시키는 매개체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AI 복원은 그 아이에게 ‘아빠 목소리’,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논쟁은 피할 수 없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죽음을 복제하는 행위는 항상 윤리적 질문을 동반한다.
고인의 ‘디지털 초상권’ 문제
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AI 복제는, 사자의 인격권과 명예권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활용될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다.
현실과의 경계 모호화
AI 복원된 고인과 대화하는 행위가 유족의 슬픔을 오히려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마음의 작별’을 어렵게 만들고, 현실 부정 상태에 머무르게 될 수 있다.
상업화의 위험
복원된 고인을 광고나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우, 생명을 상품화하는 윤리적 경계를 넘을 수 있다. 이는 사망자에 대한 존중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마무리하며,
MZ세대가 남긴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AI에게 학습 가능한 '디지털 생명'이다. AI는 그들의 목소리, 말투, 감정을 재현하고, 그 존재를 다시 유족 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위로를 줄 수 있어도, 죽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복원된 존재는 진짜 사람이 아니며, 그 감정은 유사한 ‘재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통해 잠시나마 고인을 다시 만나는 경험은 유족에게 큰 위로와 감정 정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다. 디지털 유산의 복원은 그 사람을 다시 부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부름이 사랑에서 시작되었는지, 비즈니스에서 비롯되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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